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칼럼] 팬들이 분노한 것은 패배만이 아니었다

  • 김대겸 기자
  • 입력 2026.07.03 09:21
  • 글자크기설정

  • 홍명보 감독의 선택과 태도, 대표팀 리더십에 책임을 묻다


대한축구협회의 불투명한 감독 선임 과정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러나 논란 속에서도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홍명보 감독 개인의 선택과 경기 이후 태도 역시 책임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대한축구협회의 문제는 분명하다.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고, 중요한 결정이 어떤 기준과 절차로 이루어졌는지 국민과 축구팬은 납득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협회가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홍명보 감독 개인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논란에서 더 분명히 짚어야 할 지점은, 홍명보 감독 역시 그 길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자리를 맡았다. 선임 과정이 정당했는지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팬들의 반발도 이미 컸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면, 그는 단순히 “협회가 불렀기 때문에 갔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선택에는 본인의 판단이 있었고, 그 판단에 따른 책임도 따라야 한다.

 

리더는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면책되지 않는다. 특히 국가대표팀 감독은 명예로운 자리인 동시에 공적 책임이 큰 자리다. 축구팬들은 감독 한 사람의 자존심을 위해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대표팀은 선수들의 시간, 팬들의 기대, 한국 축구의 방향이 걸린 자리다. 그래서 그 자리를 맡는 사람은 자신의 선택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계산해야 한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과거에도 대표팀 감독을 맡았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올 때는 더 엄격한 설명과 준비가 필요했다. 왜 자신이어야 하는지, 어떤 축구를 하려는지, 논란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분명히 말했어야 했다. 그러나 과정은 충분히 설득적이지 못했고, 결과 역시 좋지 않았다. 결국 논란 속에서 출발한 리더십은 경기장 안에서도 신뢰를 만들지 못했다.

 

이번 경기들에서 드러난 문제는 단순히 패배가 아니다. 축구에서 질 수는 있다. 강팀을 만나면 밀릴 수도 있고, 경기 흐름이 예상과 다르게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팀이 무엇을 하려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준비된 방향이 분명하지 않고,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도 대응이 늦거나 설득력 있게 보이지 않았다면, 그것은 감독의 책임이다. 선수 개인의 실수나 컨디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다.

 

더 심각한 것은 경기 이후의 태도다. 책임을 진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임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탈락 이후 준비된 입장문을 읽고 물러나는 방식은 최소한의 형식은 갖췄을지 몰라도, 팬들이 기대한 책임 있는 설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왜 실패했는지,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선수들에게 어떤 부담을 안겼는지, 한국 축구가 무엇을 되돌아봐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는 말은 구체적 설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책임의 언어가 아니라 책임을 닫아버리는 문장이 된다.

 

홍명보 감독을 비판하는 것은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자는 뜻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의 구조적 문제를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그 구조 안에서 중요한 선택을 한 개인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협회가 잘못된 절차로 길을 열었다면, 홍명보 감독은 그 길을 걸어 들어간 사람이다. 둘 중 하나만 비판해서는 이 사태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리더십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리를 차지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 자리에 합당한 책임을 감당하는 능력이다. 논란을 감수하고 대표팀을 맡았다면 결과로 증명하거나, 실패했을 때는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과정에서도 신뢰를 얻지 못했고, 결과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마지막 설명에서도 납득을 주지 못했다.

 

한국 축구의 실패는 협회만의 실패가 아니다. 감독의 판단 실패이기도 하다. 불투명한 시스템 위에 올라탄 리더가 결국 팀을 설득하지 못했고, 팬들도 설득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일은 단순한 감독 교체나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한국 축구는 협회의 시스템을 고치는 동시에, 국가대표팀을 맡는 리더에게 어떤 책임 기준을 요구할 것인지도 다시 세워야 한다.

 

대표팀 감독은 영광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을 감당하는 자리다. 그 사실을 잊는 순간, 리더십은 명분을 잃는다. 홍명보 감독 논란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여기에 있다.

ⓒ 달그락뉴스 & dalgrak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추천뉴스

  • [칼럼] 팬들이 분노한 것은 패배만이 아니었다
  • 여름방학 앞두고 물놀이 안전수칙 확인 필요
  •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소통하는 공간
  • 불안한 등하교길, 개선이 필요하다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칼럼] 팬들이 분노한 것은 패배만이 아니었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