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② 질문을 망설이는 청소년들, 그 마음을 들여다보다
“질문은 중요하다.”
그러나 손을 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편집자 주: 이 기사는 청소년들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그 안에 담긴 사회적·교육적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1편에서는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질문이 사라지는 이유와 질문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고민을 살펴보았다. 이번 2편에서는 심리상담가 인터뷰와 고등학생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청소년들이 질문을 망설이는 심리적 이유와 실제 인식을 살펴보고, 질문이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기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해본다.
"질문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청소년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교실에서 손을 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왜 청소년들은 질문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쉽게 입을 열지 못할까. 다온 청소년기자단은 심리상담가 인터뷰와 고등학생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질문을 망설이는 이유와 그 배경을 살펴보았다.
가장 먼저 청소년들이 질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심리적인 측면에서 알아보기 위해 군산에서 ‘마음소리예술심리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최우미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1. 청소년들이 질문을 망설이게 되는 심리적인 이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틀리면 창피하다’, ‘눈에 띄기 싫다’ 같은 감정이 실제로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준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청소년기는 또래 집단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다른 연령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더욱 민감합니다. 이 과정에서 용기 있게 질문하거나 도전하는 행동이 오히려 큰 심리적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집단 동질성 심리라고 설명합니다. 자신의 발표나 질문이 정답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무능하게 보일까 불안해지고, 이러한 감정은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처럼 남들과 다른 행동이나 기발한 의견을 드러내는 것을 조심하는 문화에서는 '주목받는 것' 자체가 큰 심리적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2. 실패하거나 틀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학생들의 질문 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답 중심의 교육 분위기가 학생들의 질문을 위축시키는 부분도 있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이러한 두려움이 질문 문화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오랫동안 하나의 정답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질문이 호기심의 표현이라기보다 '정답을 모른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생각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실패나 오답이 허용되지 않는 환경에 놓이다 보니 '완벽한 답이 아니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학습하게 됩니다. 결국 정답 중심의 교육 분위기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키우고, 교실에서 질문하는 문화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3. 선생님께서는 한국 사회나 학교 문화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 학창 시절과 지금은 시대적으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자유롭게 질문하기 어려운 환경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쟁 중심의 학교 문화입니다. 상대평가 중심의 교육에서는 작은 실수조차 경험이 아닌 감점 요소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입시와 경쟁 중심의 환경은 청소년들이 질문하기보다 침묵을 선택하게 만듭니다. 또한 청소년의 의견을 미래 시민의 목소리가 아닌 어린아이의 투정 정도로 여기는 문화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질문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업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시간을 빼앗는 행동으로 오해받을까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 역시 청소년들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4. 질문을 자주 하지 못하는 경험이 학생들의 자존감이나 자기표현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자신감이나 사회적 소통 능력과도 연결된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질문을 삼키는 경험이 반복되면 청소년들은 배움과 소통에서 점차 수동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제가 만난 청소년들은 비대면 텍스트 중심의 소통에 익숙해지면서 학교나 가정, 학원 등 대면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신감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이후 청소년의 심리·정서 분야 연구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자신감과 사회적 소통 능력은 청소년기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이 축적되면서 형성되는 중요한 역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5. 반대로 질문이 존중받는 경험은 학생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만든다고 생각하시나요?
질문이 존중받는 경험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옵니다. 먼저 자신의 생각이 가치 있다는 경험을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집니다. 또한 틀려도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통해 회복탄력성이 길러지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학습 태도를 더욱 주도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관계 형성에서도 질문과 소통은 사람과 사람을 더욱 깊이 연결해 주고 사회적 영향력까지 넓혀 줍니다. '틀려도 괜찮다'는 안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는 건강한 질문 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심리상담가와의 인터뷰를 마친 뒤, 인터뷰 내용이 실제 청소년들의 경험과도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등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 고등학생 50명 설문조사 결과
첫 번째 질문은 "수업이나 일상에서 궁금한 것이 생겨도 질문하지 않거나 망설인 경험이 있나요?"였다. 이에 대해 32%의 청소년이 '가끔 있다'고 답했고, 10%는 '거의 없다'고 답했다.
두 번째 질문인 "질문하는 것이 편한가요?"에는 34%가 '그렇다', 42%가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세 번째 질문인 "질문하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에는 '질문이 수업의 흐름을 끊는 것 같아서', '질문할 타이밍을 놓쳐서'라는 응답이 각각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네 번째 질문인 "친구 또는 아는 사람이 질문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에는 24%가 '적극적이고 좋아 보인다'고 답했다. 다섯 번째 질문인 "학교에서 질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생각하시나요?"에는 대부분의 청소년이 '선생님에 따라 다르지만 자유롭지 않은 분위기'라고 응답했다.
이에 이어 "어떤 분위기에서 질문하기 편한가요?"라고 묻자, 31%가 '자유롭게 대화하는 분위기일 때'라고 답했다. 일곱 번째 질문인 "틀린 질문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에는 74%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여덟 번째 질문인 "질문이 존중받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에는 82%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아홉 번째 질문인 "질문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에는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어서',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등의 의견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사회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50명 전원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설문조사 결과, 심리상담가가 이야기한 내용은 실제 청소년들의 경험과도 상당 부분 일치했다. 청소년들은 질문의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질문하기를 망설이고 있었다. 특히 질문이 수업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질문할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다는 점이 주요 이유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청소년 대부분이 질문의 중요성과 질문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질문을 망설이는 학생이 더 많았다. 이는 질문하지 않는 이유가 호기심의 부족이 아니라 질문하기 어려운 환경과 심리적 부담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업 중 질문을 위한 시간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과목별 교사에게 비대면으로 질문할 수 있는 온라인 Q&A 시스템을 운영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번 기획취재를 통해 청소년들은 질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여러 심리적 부담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쉽게 질문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와 심리상담가, 그리고 청소년들의 이야기는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질문은 개인의 용기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질문해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이 함께 만들어져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질문은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묻는 행동이 아니라 생각을 넓히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다. 청소년들이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화할 수 있는 학교와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 군산여자고등학교 다온 청소년기자단
(김가영, 김서현, 나윤슬, 나하윤, 원효림, 이하윤, 임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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